*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 사물의 진동이나 인간의 움직임, 빛, 열, 전자기파에서 발생하고 버려지는 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고 이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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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찰대전 발전기(Triboelectric Nano Generator, TENG)는 물질의 상호 마찰에 의해 접촉 표면에 발생한 전기를 축전해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환경오염 요소가 없고 에너지 출력이 높아 주목을 받고 있다. 박진형·조한철 연구원(대경지역본부 메카트로닉스융합기술그룹 박진형 선임연구원, 동남지역본부 정밀가공제어그룹 조한철 선임연구원)은 스트레처블 고효율 정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 TENG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실용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 양산 가능성이 높은 재료로 제작돼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용화가 기대되는 기술이다.
1.마찰대전 발전기(TENG)의 고출력 구현
외부 전원 없이 크리스마스트리 전구에 불빛이 들어오는 게 가능할까? 마찰대전 발전기를 사용해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압이 2000V가 넘는 전기 에너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TENG는 열을 모아 발전하는 열전소자, 압력을 전기화하는 압전소자보다 열 배에서 백 배 이상 출력이 나온다. 박진형·조한철 연구원의 정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스트레처블 고효율 정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사용된 소재다. 기존에는 전극 구조를 만드는 데 메탈 필름을 사용했다면, 이 기술은 ‘메탈 울(Metal Wool)’ 형태의 전극 구조를 적용해 10% 이상 인장의 유연성을 증가시켰다. 메탈 필름은 늘어나면 끊어지거나 찢어지는 반면 알루미늄 실 뭉치 형태의 메탈 울은 늘이거나 굽히는 물리적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메탈 울 소재는 단위 면적 당 높은 표면적 전극 구조 확보가 가능해 고출력도 구현할 수 있다.
“동남지역본부에 알루미늄 면을 거울처럼 빛나게 만드는 정밀가공기기가 있습니다. 이 기기로 알루미늄 면을 가공하면 마이크로 단위의 실이 배출됩니다. 이렇게 부산물로 생겨난 알루미늄 실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연구 중인 TENG 기술에 적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TENG의 고출력 구현을 위해 다량의 정전기 음전하 적재가 가능한 신규 실리콘 계열 소재도 찾아냈다. 영화나 드라마의 특수 분장에 사용되는 재료인 드래곤스킨은 기존에 사용하던 중합탄성체 PDMS나 에코플렉스의 단점을 보완한 재료다. 대면적으로 쉽게 제작이 가능하고, 고출력이며, 유연성과 가공성이 뛰어나다.
박진형·조한철 연구원은 메탈 울과 드래곤스킨을 조합해 TENG를 제작했다. 메탈 울은 수많은 실이 뭉쳐 있는 형태로,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오는 정전기 발생 효과도 크다. 이렇게 만들어진 TENG를 통해 200~1000V의 전압과 0.5mAh의 전류가 발생한다. 기존 에너지 하베스팅으로 얻을 수 있는 출력의 약 1000배 수준이다.
2. 편의·안전·환경 개선을 위한 기술
기존 마찰대전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는 고가의 결정체나 필름을 사용해 높은 출력을 내는 데 주력했다. 반면, 박진형·조한철 연구원은 상용화 및 실용화에 중점을 두고 연구했다. 메탈 울과 드래곤스킨 두 재료를 선택한 것도 가격이 저렴하고, 대면적 제작이 가능하며, 제조 공정이 간단해 양산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 성과와 비교해 출력률도 뒤지지 않는다. 비용 대비 출력 효율이 뛰어난 만큼 상용화에 유리하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워치,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 수집 장치 및 센서류 제품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자동차 흡읍재, 신발 밑창, 현수막 형태의 발전기 등 기존 발전기의 적용이 어려운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스마트 전자기기, 스마트시티, 자동차의 응용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이 기술의 목표다.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국민 편의, 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예를 들어 LED 안전보도블록은 어두운 골목, 산책로, 등산로의 계단 등에 설치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계단이나 지면을 밟는 운동 에너지를 활용해 전구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취약계층이 사는 좁은 골목 등 가로등을 켜기 어려운 곳에 설치하면 외부 전원 없이 영구적으로 작동한다.
3. 각 분야 전문가의 협업으로 탄생한 신기술
스트레처블 고효율 정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생기원 내 다른 지역본부, 학계가 협력해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두 연구원은 소속 본부와 전공이 달랐다. 박진형 연구원은 전기를, 조한철 연구원은 반도체와 센서를 전공했다.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전공 분야는 이번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학계와의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TENG 재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기술 평가 및 공정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각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신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시회에 참가하면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직접 손바닥으로 두드려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곧바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나서는 놀라워하죠. 물론 아직 상용화에 의문을 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파급력 높은 제품이 나온다면 이런 의문이 사라지고, 향후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양광 발전기도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지만 지금은 신에너지의 대표 기술이 되었다. 압전 발전기도 도시 시범사업 등 공공분야에 활용되면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 주목받은 바 있다. 스트레처블 고효율 정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고출력, 저비용, 실용성 등 많은 장점을 지녔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어떤 제품으로 우리 생활 편의와 안전을 개선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