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2021-03-03)
[주요내용]
유효상 교수 "국내 스타트업 1%도 IPO 못해…부정적 인식 때문"
"실패박람회·명예의전당 만들어야…적자 상장·복수의결권도 필요"
배달의민족·쿠팡처럼 거액에 인수합병(M&A)되거나 상장(IPO)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려면 정부 정책 기조를 '유니콘'이 아니라 '엑시트'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효상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오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엑시트란 스타트업이 하나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선보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어엿한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최종 단계를 가리킨다.
스타트업의 엑시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M&A와 IPO이다.
과거에는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한국에서는 1조원 이상)인 '유니콘'을 양성하자는 목소리가 컸다면, 최근에는 배달의민족·쿠팡·하이퍼커넥트처럼 성공적으로 엑시트하는 스타트업을 많이 길러야 생태계가 건강해진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 또는 외국 자본에 인수·합병되거나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행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다.
유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 연간 약 1만개의 스타트업이 창업하는데, 2015∼2020년 스타트업 상장은 연평균 72곳이었다. 스타트업이 IPO로 엑시트하는 비중이 0.7%에 불과한 셈이다.
유 교수는 "스타트업의 IPO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창업자가 얼마를 벌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거나, 기업의 국적 논란이 일어난다"며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서 엑시트를 통한 재창업·재투자 등 선순환 고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몇백억 원대 이상의 M&A가 아니면 마치 '실패한 엑시트' 취급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시리즈 A 투자 전후부터 소액 M&A를 통한 엑시트가 활발하다고 유 교수는 전했다.
그는 정부가 더는 '유니콘 양성'에 매달릴 게 아니라, 스타트업·투자자·엑시트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리콘밸리에 흔한 '실패 박람회'(페일콘·failcon)를 개최하고, 성공한 창업자를 기리는 '엑시트 스타트업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유 교수 주장이다.
그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규제도 개선하고, IPO 문턱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적자 기업이어도 미래 가치를 입증해 상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아마존·트위터·퀄컴·그루폰 같은 글로벌 기업도 적자 상태에서 상장해 몇 년 뒤에 흑자 전환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제도 개선과 함께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학생 때부터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며 "성공한 창업가한테 월계관은 못 씌워줘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연쇄 창업과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페일콘이나 명예의전당 등을 검토하겠다"며 "창업자 복수의결권 도입 등 정책 개선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